알지도 못하고 착한척 하는 사람이 참 역겹네요

아이콘 여까+x18초랑나 2024.09.08 11:21:06 출처:

저희 근무지는 역 구조상 한 출구가 좀 먼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 그쪽에 백화점 쪽으로 향하는 긴 무빙워크가 있는데, 백화점이 이전하면서 그쪽 무빙워크는 운행이 중단되고 출입금지 팻말까지 세워놓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쪽 무빙워크는 역에 있다기보다는 작은 지하상가 쪽에 있다고 말하는게 더 맞는 말입니다.

무빙워크는 공사쪽 관할이 아니고, 옛날 백화점 관할이기에 저희가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 무빙워크가 언제 운행하냐고 물어보시는 손님이 오시면, 사정을 이야기하며 양해를 구합니다.

저희도 운행시켜 드리고 싶은데, 관할이 아니다. 오랫동안 조율을 해보려해도 안됐다. 이렇게 말씀하시면 수긍하십니다.

 

그런데 오늘은 어떤 아주머니가 다짜고짜 문을 크게 두드리더니 바로 화부터 내십니다. 그런데 자기가 아니라 어르신들이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은근슬쩍 어필을 하네요.

어르신들이 더운데 이렇게 먼곳 걸어가게 두냐, 출구가 멀면 엘리베이터라도 설치해야 되는거 아니냐, 무빙워크가 있는데 운영 안하는건 무슨 심보냐.

오는길에 어르신들 무거운 짐들고 출구 가는걸 봤는데 어느 세월에 출구 가냐는 등등..

땀흘리면서 오신거 보면 무빙워크 타려다 운행이 안되는거 보고 이야기하러 오신거 같았습니다.

 

이미 화가 나신 상태가 말로도 들렸기에 최대한 정중히 말씀드렸죠. 저희쪽 관할이 아니라 옛 백화점 관할이다. 저희쪽에서 해드릴 수 있는게 없습니다. 저도 무빙워크 키면 좋겠습니다만 관할문제 때문에 현재는 어렵습니다. 라고 말하니, 더 화내면서 그럼 해결해야 하는 의지가 있어야 되는거 아니냐고, 역에 있으면 그쪽이 책임져야된다며 계속 따지십니다. 역에 민원 넣겠다. 문제해결 의지가 안보인다 등등

 

근데 그걸 역무실이 아니라 공익이 일하는 발매기실에서 따집니다. 저희 문에는 문제나 요청 시 역무실에서 문의하라고 안내표시와 위치까지 적혀있습니다.

 

그래서 역무실 위치 알려드리면서, 저는 해드릴 수 있는게 없으니 역무실가서 말씀 부탁드린다 하니 또 회피하면서 차 시간 다 됐다고 슬슬 런 각을 봅니다. 

그러고는 역무실 번호나 달라고 하시길래, 번호 확인하고 알려드린다 하니 젊은사람이 번호도 못외우고 다닌다며 또 화내고 열차타러 도망가셨네요.

 

그렇게 어르신들 걱정되시면 짐이라도 같이 들어드리던가, 역무실 가셔서 차분히 이야기 하시지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는 공익 근무실와서 화내고 역무실 알려드리니 추하게 도망가는게 참 화보단 역겹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르신들 생각하는 마음은 있으면서 열차 놓치는 관대함은 없으신가봐요.

 

저도, 역 직원들도 무빙워크 해드리면 참 좋은데 그거는 저희역에서 '아! 우리 역에 있으니까 무빙워크 켜야겠다!'가 아니라 공사에서 합의하고, 그쪽 부지와 소유권자랑 잘 이야기하는 등등 의외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다짜고짜 화내면서 "무빙워크 키든가 엘리베이터 만들어! 빼애애액"은 다 큰 어른이 할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하네요.. 

 

주말 아침, 출근한지 2시간도 안되어서 화받이 되니 기분도 참 언짢네요